버킨 백부터 앞서 언급한 모델까지, 전형적인 핸드백 실루엣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요즘입니다. 클래식 핸드백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증거죠. 생김새는 대체로 박스 모양에 톱 핸들이 달려 있습니다. 내부나 외부에 1개 이상의 포켓을 갖췄고요. 네타포르테 패션 디렉터 케이 배런(Kay Barron)은 “다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소지품을 한데 담을 수 있는 가방을 점점 더 선호하는 추세예요. 작은 핸드백은 수납력이 좋지 않으니 추가로 토트백을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더군요”라며 이 현상을 설명합니다.
핸드백은 팬데믹 기간 동안 일시적인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용성을 따지는 건 고사하고 가방 자체가 그닥 필요치 않았죠. 이후에는 크로스 백, 마이크로 핸드백, 거대한 빅 백, 어깨에 가볍게 끼우는 숄더백 등 다양한 가방 트렌드가 등장했고요. 하지만 2023년 무렵 더 로우 마고 백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마고 백은 입고와 품절을 거듭했고 세상은 너도나도 마고 백과 유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내놓기 시작했죠.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미우치아 프라다는 2024 봄/여름 컬렉션을 통해 버클 백을 선보였습니다. 마고와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둔 가방이죠. 물론 미우치아 프라다는 근사한 핸드백을 자주 내놓았던 인물입니다. 갤러리아와 리에디션 1995만 봐도 그녀의 방대한 유산을 짐작할 수 있죠. 미우미우 2024 봄/여름 런웨이에 올린 보(Beau) 백 또한 흥미롭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핸드백의 전형을 보여주는 디자인이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토트백을 선호할 겁니다. 매끈한 가죽 소재든, 그래픽을 가미한 캔버스 소재든 말이에요. 하지만 토트백은 핸드백과는 결이 다릅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면, 주변 여성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핸드백은 모두 견고했어요. 시간이 지나며 생기는 멋스러운 에이징도 인상적이었죠. 반면 토트백은 일시적인 느낌을 줍니다. 물론 나름의 개성은 있죠. 뉴요커, 무비, 돈트 북스(Daunt Books) 등의 캔버스 백이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걸 보면요. 핸드백은 다분히 의도적인 선택처럼 보입니다. 취향과 스타일이 확고해 보이죠.

